[밀물 썰물] 안익태 국제음악제

작성자
ahneaktai
작성일
2014-03-17 11:21
조회
6018
[밀물 썰물] 안익태 국제음악제
애국가'와 '한국 환상곡'을 작곡한 첼리스트 안익태(1906~1965). 그가 1962년 어느 날 오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집무실에서 박정희 의장과 마주 앉아 있었다. "나는 각국에서 지휘할 때 쓰던 지휘봉과 내 작품 '한국 환상곡' 레코드를 기념품으로 선사했습니다. '이 지휘봉으로 국민을 잘 지휘해 주십시오. 국민은 오케스트라 멤버입니다. 나쁜 오케스트라는 별로 없지만, 나쁜 지휘는 많이 합니다.'"(김경래 저 '코리아 환상곡')

'한국 환상곡'은 유구한 우리 역사와 침략에 저항하는 민족정신을 담고 있으며 미래의 영광을 바라는 내용이다. '애국가' 합창으로 끝난다. 일제 강점기 말엽, '봉선화'도 부를 수 없었던 그 시절에 애국가를 작곡해 민족의 긍지를 곧추 세운 것이다. 하지만 1938년 '한국환상곡'을 처음으로 연주하며 조선 독립을 염원했던 안익태가 1940년대 유럽에서 '에키타이 안'이라는 이름의 일본인으로 활동했다.

그의 대표적인 친일 행적은 1942년 구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'만주축전음악'을 직접 작곡하며 연주했다는 사실에 있다. 당시 동맹관계였던 일본과 독일 외교관들이 참석한 '만주국 설립 10주년 축하 음악회'였다. 애국가와 한국환상곡을 작곡하며 민족주의 성향을 보였던 안익태는 이 시기에 '친일파'로 변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. 안익태에 대해 '대한민국을 누구보다 사랑한 천재 음악가'에서부터 '나라를 판 친일파'에 이르기까지 평가가 다양하다.

언어 및 조형예술과 달리 음악은 사상과 형상이 연결되기 어려운 장르다. 음악은 타 장르에 비해 덜 이데올로기적이며 덜 정치적인 것이다.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. 그래서 한 예술가에 대한 일방적 찬양과 일방적 매도는 위험하다. 안익태기념재단은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'제1회 안익태 국제음악제'를 개최한다. 이번 음악제가 '음악의 본질'을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.

박태성 논설위원 pts@busan.com